<p></p><br /><br />지난 어버이날, 119로 한통의 신고전화가 걸려왔습니다. <br> <br>"아버지가 돌아가셨다"고 했습니다. <br> <br>그런데 아버지를 숨지게 한 건 신고자인 아들이었습니다. <br> <br>그는 존속살해 혐의로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. <br> <br>뇌출혈로 쓰러져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아버지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였습니다. <br><br>사람들은 그를 향해 '패륜아'라고 손가질을 했습니다. <br> <br>존속살해, 용서받지 못할 중대한 범죄입니다. <br> <br>하지만 쌀값조차 없었던 22살 청년이 24시간 병든 아버지를 돌봐야 했을 때 도움을 청할 곳은 어디에도 없었던 걸까요. <br><br>Q1. 1심에 이어 최근 2심에서도 중형이 선고됐다고요? <br><br>맞습니다. <br> <br>"살인의 고의가 있었다"면서 1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. <br><br>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진 건 지난해 9월입니다. <br> <br>당시 55살이었는데, 왼쪽 팔다리가 마비돼 혼자서는 거동을 할 수 없었고, 정상적인 음식섭취가 불가능해서 코에 호스를 연결해 <br> 치료식을 주입해야 하는 상태였습니다. <br> <br>대소변도 가릴 수 없었는데, 하지만 아들은 한달에 몇백만 원 씩 하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7개월 만인 지난 4월 23일 결국 아버지를 퇴원시켰습니다.<br><br>하지만 퇴원 후에 하루 3차례 주입해야 하는 치료식을 1주일에 10번밖에 주입하지 않았고 물조차 주지 않아서 퇴원 보름만에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. <br><br>Q2. 방치해 숨진 것도 살인이라고 본 거군요? <br><br>그렇습니다. <br><br>법원은 "전적으로 아들의 보호를 필요로 하던 아버지를 숨지게 할 마음을 먹고 의도적으로 방치했다"면서 "패륜성에 비춰 비난가능성이 크다"고 설명했습니다. <br><br>Q3. 병원비 때문에 아버지를 퇴원시켰다고 하잖아요. 아들은 성인이었습니다. 돈 벌 생각은 안했던 건가요? <br><br>사실 지난해 군입대 예정이었습니다. <br> <br>하지만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입대를 미뤘다는데, 일자리를 구하려고 했지만,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. <br><br>편의점 사장에게 사정사정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긴 했는데, 지난해 9월부터 퇴원할 때까지 나온 병원비만 2천만 원이었습니다. <br><br>작은아버지가 자신의 퇴직금을 중간정산한 돈으로 병원비 일부를 보태주긴 했지만, 22살 청년에겐 역부족이었습니다. <br> <br>"나도 더이상은 도움을 주기 힘들 것 같다"는 작은아버지의 말에 퇴원을 결심했던 겁니다. <br><br>Q4. 아버지를 돌봐줄 다른 가족은 없었던 거예요?<br><br>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가면서 아버지와 아들은 단둘이 보증금 1천만 원에 30만 원짜리 월세방에 살았습니다. <br> <br>아버지가 퇴원을 할 무렵엔 병원비를 갚느라 세달치 월세가 밀리고 인터넷은 물론 도시가스까지 끊긴 상황이었는데, <br> <br>쌀값이 없어서 주변에 "2만 원만 빌려달라"는 문자메시지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. <br> <br>Q5. 아버지가 숨기지 전 아들에게 남긴 말이 있다면서요? <br><br>재판과정에서 아들은 5월 초쯤, 아버지가 자신을 마지막으로 불러서 "미안하고, 앞으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라" "이젠 내 방에 들어오지 말라"는 말을 남겼다고 주장했습니다. <br><br>하지만 법원은 아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. <br><br>과거에 아버지와 비슷한 병으로 세상을 떠난 친할머니를 장지에 묻고 오면서 아버지가 "내가 이렇게 되면 치료하지 말고 그냥 두라"고 한 적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, 아버지가 최근에 이런 말을 했는지에 대해선 경찰과 검찰의 수사과정, 그리고 재판과정에서 아들의 진술이 오락가락했다는 이유였습니다. <br><br>다만, 어린 나이에 경제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기약없이 아버지를 간병해야 하는 상황을 겪게 되자 미숙한 판단을 했다고 보고, 존속살해 권고형량보다 낮은 수위의 형량을 선고했습니다. <br><br>Q6. '간병살인',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. 비극을 막을 방법은 없었던 걸까요? <br><br>전문가의 얘기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. <br> <br>[석재은 /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] <br>"이 친구는 공적기관에 도움을 청하려고는 전혀 하지 않았더라고요. 어려운 형편 속에서 퇴원을 하는 과정에서 사회 시스템을 연계할 수 있는, 연결고리를 할 수 있는 코디네이터 역할이 없었다는 거예요. 연계가 됐으면 아마 긴급복지지원 제도도 얘기를 했을 것이고, (아니면) 좀 더 입원을 오래 할 수 있도록 했다든지…." <br> <br>환자는 물론, 가족들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는 추적 시스템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. <br><br>정보가 넘치는 세상이지만 몰라서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습니다.<br> <br>사건을 보다, 최석호 기자였습니다.